강아지 이갈이 피가 보일 때 대처하는 방법

훈련 상담을 하다 보면 보호자가 피 묻은 장난감을 들고 당황해서 오는 일이 있습니다. 어제까지 멀쩡히 물던 인형에 붉은 점이 찍혀 있으면 놀랄 수밖에 없죠. 강아지 이갈이 피는 유치가 빠지는 시기에 잠깐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피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이갈이 때문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어디서 났는지, 얼마나 계속되는지, 아이가 평소처럼 먹고 노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장난감에 조금 묻은 피, 이갈이 때문일까요?
강아지는 보통 생후 3~4개월 무렵부터 유치가 빠지기 시작해 6~7개월 무렵 영구치로 바뀝니다. 이때 잇몸이 예민해져 장난감이나 물그릇에 작은 핏자국이 남기도 합니다. 빠진 유치를 바닥에서 못 찾았다고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밥이나 장난감을 씹다가 삼키는 경우도 흔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보호자는 장난감의 핏자국을 보고 입안을 확인하려는데, 강아지는 얼굴을 피하고 손을 물려고 합니다. 그 반응이 곧 심한 통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낯선 손이 입으로 들어오는 게 싫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억지로 입을 벌리면 다친 곳을 더 건드리고, 이후 입 주변을 만지는 일까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선 장난감을 치우고 밝은 곳에서 입술만 살짝 들어 올려 보세요. 빠진 치아 자리 주변에 소량의 피가 비치고, 곧 멎으며, 식욕과 활동량이 그대로라면 잠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가 계속 흐르거나 입 주변이 붓고, 사료를 떨어뜨리거나 한쪽으로만 씹는다면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미국수의사회도 입안의 출혈과 먹는 방식의 변화를 치과 진료가 필요한 신호로 안내합니다.
피를 봤을 때 집에서 먼저 할 일
첫째, 방금 무엇을 씹었는지 확인합니다. 딱딱한 뼈나 뿔, 얼음처럼 단단한 물건을 깨물었다면 치아가 부러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난감에 날카롭게 뜯긴 부분이 있는지, 입안에 나무 가시나 천 조각이 걸려 있지 않은지도 눈으로만 확인하세요. 보이지 않는 곳을 손가락으로 뒤지는 행동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피의 양과 시간을 살핍니다. 작은 점이 한두 번 묻고 멎었는지, 침에 피가 계속 섞이는지 차이가 큽니다. 입 밖으로 피가 흐르거나 멎지 않는다면 이갈이로 넘기지 말고 동물병원에 연락하세요. 잇몸을 세게 문지르거나 흔들리는 유치를 잡아 빼서는 안 됩니다. 사람용 진통제나 지혈제를 임의로 쓰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셋째, 그날은 거친 당기기 놀이를 쉬고 씹을 물건을 바꿉니다. 손으로 눌렀을 때 약간 들어가는 고무 장난감처럼 크기와 강도가 맞는 물건이 무난합니다. 시원한 촉감을 좋아한다면 차갑게 식힌 장난감을 짧게 제공하되, 돌처럼 단단하게 얼린 물건은 피하세요. 씹는 동안에는 옆에서 지켜보고, 조각이 떨어지면 바로 치웁니다.
이갈이로 넘기면 안 되는 신호
출혈이 반복되거나 계속되는 경우, 잇몸이나 얼굴이 붓는 경우, 심한 입 냄새가 갑자기 나는 경우에는 진료가 필요합니다. 치아가 깨져 안쪽이 드러난 것처럼 보이거나, 밥을 거부하고 물도 마시기 힘들어한다면 더 서둘러야 합니다. 피가 조금 묻었더라도 넘어지거나 부딪힌 직후라면 외상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나이도 중요합니다. 이미 이갈이 시기가 지난 성견의 입에서 피가 난다면 유치가 빠지는 과정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치석과 잇몸 문제, 치아 손상 등 원인이 다양하니 입안을 확인받는 편이 좋습니다. 어린 강아지라도 영구치 옆에 유치가 나란히 남아 있다면 병원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소형견에서는 잔존 유치가 더 흔하고, 그대로 두면 영구치가 비뚤게 자라거나 음식물이 끼기 쉬워집니다.
진료를 갈 때는 피가 묻은 장난감 사진, 처음 발견한 시간, 최근 씹은 물건을 기록해 두면 좋습니다. 먹는 모습을 짧게 찍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입안을 억지로 벌려 사진을 남기려다 물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픈 강아지는 평소 온순해도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물어뜯는 행동은 생활 리듬과 함께 봅니다
이갈이 시기에는 손, 슬리퍼, 가구 다리까지 입에 넣으려는 강아지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큰 소리로 혼내면 물건을 고르는 법을 배우기보다 보호자 앞에서만 숨겨 씹기도 합니다. 손을 물면 놀이는 잠깐 멈추고, 씹어도 되는 장난감으로 옮겨 주세요. 장난감을 선택했을 때 차분하게 반응하면 기준이 더 분명해집니다.
근데 장난감을 여러 개 사도 해결되지 않는 집이 있습니다. 낮 동안 충분히 쉬지 못해 저녁마다 흥분이 쌓이거나, 보호자가 손으로 거친 놀이를 시작하는 경우죠. 그런 집에서는 물건을 바꾸는 것보다 놀이 시간과 쉬는 시간을 일정하게 잡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반대로 씹을 기회가 거의 없어 가구만 찾아다니던 아이는 안전한 장난감을 정해진 시간에 주자 훨씬 차분해졌습니다.
강아지 이갈이 피를 보면 먼저 출혈과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다음 씹는 환경을 돌아보면 됩니다. 작은 핏자국은 성장 과정의 한 장면일 수 있지만, 오래가는 출혈이나 먹기 힘들어하는 모습까지 참게 할 이유는 없습니다. 입이 불편한 시기일수록 보호자가 차분하게 기준을 잡아 주는 게 아이에게도 편합니다.
